한국 안경 디자인 교육의 허와 실
"안경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느 대학을 가야 합니까?" 간혹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이 있습니다. 저 스스로가 독학을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고, 주위 관련자를 통한 한국의 안경광학과의 과정은 추천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FASHION과 FUNCTION이 필요한 안경 디자인 분야에 맞는 커리큘럼이 없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마케팅으로 성장한 회사이고, 이 브랜드 또한 초창기에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이런 대형 브랜드가 잘 되면 파생되는 현장 에서의 배움과 경험의 확장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섣불러 보입니다.

그래서 제조 현장에서는 "쓸 만한 신입이 없다"라고 아우성치고 브랜드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이너를 찾기 힘든 괴리의 기현상. 이것은 학생의 잘못이 아닙니다.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안경광학'과 '안경디자인'의 불편한 동거
한국 안경 산업은 렌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테(Frame) 분야는 여전히 갈증을 느낍니다.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의 방향성입니다. 국내 대다수 안경학과는 '국가고시(안경사 면허)' 취득을 지상 과제로 삼습니다. 검안(Optometry)과 피팅 광학은 훌륭하지만, 정작 산업 디자인의 핵심인 심미성과 DFM(Design For Manufacturing, 양산 고려 설계) 교육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디자이너가 꿈이었는데 졸업하니 검안사가 되어 있더라" 는 자조 섞인 농담이 현실인 이유입니다.

기업이 '미대생'을 선호하는 아이러니
현실의 채용 시장을 봅시다. 안경 제조업체들은 안경학과 졸업생보다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이나 공예 전공자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명쾌합니다. 현장은 광학 이론보다 CAD/CAM, 3D 모델링,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루며 금형 설계를 이해하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안경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오히려 안경을 'Product'로 해석하고 생산 도구(Tool)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 이것이 바로 안경학과 커리큘럼이 가진 뼈아픈 공백입니다.
고군분투하는 제조사와 구조적 장벽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젠틀몬스터 같은 브랜드들이 고군분투하며 K-아이웨어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합니다.
IP(지적재산권)의 부재: 독창적인 금형을 파면 뭐 합니까? 카피 제품이 순식간에 깔립니다.
인프라의 노후화: 뿔테 유행에 밀려 금속 가공 숙련공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혁신적인 도면을 그려도, 이를 구현해 줄 '장인의 손'이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쟁 : 현재 한국에서 생산 가능한 안경은 티타늄을 제외한 메탈과 인젝션 정도입니다. 아세테이트와 티타늄은 이미 중국에 밀렸고, 중국은 자동화를 통해 한 발 더 도약하고 있습니다.

교육 혁신: '융합형 인재'가 답이다
이제 교육 현장은 변해야 합니다. 안경광학의 기초 위에 산업 디자인의 옷을 입혀야 합니다.
필수 교과 개편: CAD/CAM과 금형 설계 개론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지정해야 합니다.
공학적 미학: 렌즈의 광학적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심미적인 프레임을 설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재' 양성만이 살길입니다.
대구의 역할: 대구가톨릭대 등 일부 대학과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KOISC)의 실무 교육이 희망의 불씨입니다. 이를 더욱 체계화하여 현장과 학교의 간극을 메워야 합니다.

산업 생태계의 복원: 스마트 팩토리와 IP 보호
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디자이너가 마음껏 뛰어놀 운동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노후된 제조 환경을 현대화하여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디자인 IP 보호: 베끼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는 문화를 만들고, 제도적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합니다. (공허한 메아리지만)
금형비 지원: 신진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시도가 금형비 부담으로 꺾이지 않도록 하는 인센티브 정책이 절실합니다.

한국의 안경 산업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렌즈 강국을 넘어 프레임 디자인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학교와 공장, 그리고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광학적 지식은 학교에서, 미적 감각은 툴(Tool)에서, 그리고 제조의 디테일은 현장의 소음 속에서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커리큘럼을 완성해 나가는 자만이, 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진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 한국에서 안경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 에 대해 제 경험을 예로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