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비파커의 유럽 버전들. 지미 페어리, ace&tate, meller 멜러. SPA형 안경원 체인.
룩소티카의 제국에 맞서 시작된 워비파커의 사업모델은 유럽의 젊은 스타트업과 안경 관련인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기존 큐비츠에 대한 포스팅에 이어 프랑스와 네덜란드 그리고 바르셀로나 기반의 워비파커형 사업모델을 전개하는 브랜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한국은 윤안경과 블루 엘리펀트가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는데, 이미 사이즈와 방향이 남다른 젠틀몬스터는 제외합니다. 이런 사업모델이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 안경 유통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안경원과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도 출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거인의 그림자와 새로운 공화국 (The Giant's Shadow and the New Republics)
2010년 이전, 안경업계는 이탈리아의 룩소티카(Luxottica)가 거의 모든 것을 지배했었죠. 샤넬부터 프라다, 레이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욕망하던 대부분의 프레임은 사실상 한 지붕 아래에서 태어난 이복형제들이었습니다. 가격과 스타일은 그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워비 파커(Warby Parker)’가 안경을 합리적인 패션 액세서리로 재정의하며 낡은 제국에 균열을 냈습니다. 그리고 그 혁명의 메아리는 구대륙, 유럽에 가닿았습니다. 하나의 혁명적 아이디어가 파리의 낭만, 암스테르담의 실용주의, 바르셀로나의 열정이라는 각기 다른 문화적 프리즘을 통과할 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주될까요?
파리의 약속: 지미 페어리(Jimmy Fairly)의 우아한 반격
1.1. 창립 스토리: 모방을 넘어선 프렌치 시크의 재해석
지미 페어리는 2011년, 앙토냉 샤르티에(Antonin Chartier)와 사샤 보스토니(Sacha Bostoni)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샤르티에는 워비 파커에 사업 아이디어를 담아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하자,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들은 프랑스의 국민건강보험 시스템(mutuelle)이 미국의 시장 환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자체에 극도로 민감했다면, 상당 부분 환급이 가능한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최저가’는 결정적인 소구점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 점을 깨달은 지미 페어리는 전략을 수정합니다. €99라는 가격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미끼로 활용하되, 반사 방지, 블루라이트 차단 같은 고급 렌즈 옵션을 추가로 판매하여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한 것이죠.
여기에 ‘Buy One Give One’이라는 철학이 더해집니다. 그러나 워비파커와 탐스의 기부 전략은 이제 너무 식상해서 카피하는 순간 역효과가 납니다.

1.2. 디자인과 생산: 파리 스튜디오의 감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
지미 페어리는 브랜드의 심장부로 파리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내세웁니다. 이곳에서 두 달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며,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들의 강점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브랜드에 ‘파리지앵 시크’라는 매력적인 후광을 입혀줍니다.

하지만 ‘Made in...’이라는 꼬리표 뒤에 숨겨진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초기 마케팅에서 “이탈리아에서 수작업으로 제작” 혹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레임을 강조했지만, 공식 홈페이지의 상세 정보를 살펴보면 아세테이트는 이탈리아의 마추켈리(Mazzucchelli)뿐만 아니라 중국의 진위(Jinyu), 지메이(Jimei)에서도 공급받고, 안경의 힌지는 독일의 OBE, 티타늄은 일본에서 수입하여 파리 근교의 공방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거의 중국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티타늄 모델은 홈페이지에서 매우 적습니다.
1.3. 시그니처 모델 분석
지미 페어리의 컬렉션은 방대하며, 파리의 최신 유행을 기민하게 반영합니다. 단순한 나열을 넘어, 각 모델이 브랜드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몇 가지 분석을 위한 글을 쓰다가 삭제합니다. 그냥 기본형입니다.




1.4. 커뮤니티의 평결: 스타일과 내구성 사이의 논쟁
지미 페어리의 공식 웹사이트는 38만 개가 넘는 리뷰를 바탕으로 5점 만점에 4.9점이라는 경이로운 평점을 자랑합니다. 대부분의 리뷰는 친절한 매장 서비스와 트렌디한 디자인에 대한 찬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의 목소리는 조금 다른 결을 보입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역시 가격입니다. 한 프랑스 블로거의 상세한 후기에 따르면, €99라는 광고 문구에 이끌려 매장을 방문했지만, 반사 방지 및 블루라이트 차단과 같은 필수적인 옵션을 추가하자 최종 가격은 훨씬 높게 나오며 많은 소비자가 같은 의견을 피력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품질에 대한 의문입니다. 여러 사용 후기에서 장기간 사용 시 프레임이 약해지거나, 템플(안경다리)이 헐거워지고, 아세테이트의 색이 바래는 등의 내구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됩니다. 이는 합리적인 가격에 트렌디한 디자인을 제공하는 대신, 장기적인 품질과는 어느 정도 타협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커뮤니티의 평결은 이렇습니다. 지미 페어리는 최신 파리의 스타일을 경험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기에는 훌륭한 선택지이지만,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가격이 과연 그 품질과 내구성을 온전히 정당화하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안경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선한 소비’라는 만족감이 포함된 ‘파리의 스타일’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약 160개의 매장을 운영중입니다. 매출은 21년 기준 약 3800만유로입니다. 부럽습니다~~

- 암스테르담의 기준: 에이스 앤 테이트(Ace & Tate)의 디자인 실용주의
2.1. 탄생 배경: 개인적 불만에서 시작된 합리적 디자인 혁명
에이스 앤 테이트는 2013년, 금융업계 출신의 마크 드 랑게(Mark de Lange)에 의해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되었습니다. 그의 창업 스토리는 거창한 이념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불만에서 시작됩니다. 뉴욕에서 비싼 가격에 프레임을 구매한 뒤, 네덜란드로 돌아와 처방 렌즈를 맞추는 과정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경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불투명한 가격 구조와 형편없는 서비스에 분노한 그는 ‘왜 안경은 옷처럼 기분에 따라 바꿔 쓸 수 없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이 질문이 바로 에이스 앤 테이트의 핵심 철학이 되었습니다. 안경을 평생 써야 하는 고정된 의료기기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여러 액세서리 중 하나로 보는 것. 이들의 사명은 잘 디자인된 고품질의 안경을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안경을 소유하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2.2. 브랜드 철학: 투명성과 창의적 커뮤니티
에이스 앤 테이트를 다른 브랜드와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투명성’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태도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급망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솔직합니다. 디자인은 암스테르담 본사에서 이루어지지만, 프레임 생산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의 파트너 공장에서, 렌즈는 태국과 체코에서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힙니다. 이는 ‘Made in...’ 신화에 대한 정면 돌파이자, 지미페어리와는 다른 정면돌파이고 당연히 현명한 전략입니다. 요즘 누가 원산지 세탁으로 장기적 성공을 할 수 있겠습니까?

더 나아가, 이들은 스스로를 단순한 안경 브랜드를 넘어 창의적인 플랫폼으로 정의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이스 앤 테이트 크리에이티브 펀드(Ace & Tate Creative Fund)’입니다. 신진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1+1같은 워비파커형 마케팅보다 더 차별화된 커뮤니티 구축 전략입니다.

Me, Myself & I’와 같은 캠페인에서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사회복지사나 DJ 같은 실제 인물들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조명하며 ‘하나의 안경으로는 당신을 정의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2.3. 시그니처 모델 탐구: '모던 클래식'의 정석
에이스 앤 테이트의 디자인 언어는 ‘모던 클래식’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이들의 핵심 컬렉션인 ‘Everyday Icons’는 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 체인점도 모델은 좀 뻔합니다.



2.4. 커뮤니티의 평결: 프레임은 합격, 렌즈와 검안은 '물음표'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레딧의 네덜란드, 벨기에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종합해 보면 에이스 앤 테이트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게 나뉩니다. 프레임의 품질, 특히 티타늄 모델에 대해서는 수년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후기가 압도적입니다. 디자인의 세련됨과 견고함, 합리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만족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광학(Optical)’ 서비스 영역에 집중됩니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시력 검사가 다소 급하게 진행되고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됩니다 (네덜란드어로 “vlug en snel en al snel 'goed genoeg'”, 즉 ‘빠르고 신속하지만, 딱 좋을 만큼만’이라는 뉘앙스). 또한, 기본 렌즈 코팅의 품질과 내구성에 대해서도 사용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광학 서비스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파손과 같은 문제에 대한 고객 서비스 대응은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자신들의 강점(디자인 및 프레임)과 약점(정밀 광학 서비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 약 80여개의 매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5,550만 유로의 매출 을 기록했지만 약 1천만유로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공격적인 확장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입니다. 제 추측~~

- 바르셀로나의 속도: 멜러(Meller)의 패스트 패션 공식
3.1. 성장 전략: 가격 파괴와 소셜 미디어의 결합
2014년 바르셀로나에서 탄생한 멜러는 앞서 다룬 두 브랜드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합니다. 이들을 이해하는 핵심은, 멜러가 안경 회사가 아니라 선글라스와 시계를 판매하는 ‘트렌디 액세서리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품보다는 감각적인 광고에 엄청 공을 들이고 그만큼 시선을 끌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이들의 전략은 패스트 패션의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바르셀로나의 거리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트렌디한 디자인, €49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가격, 그리고 ‘1+1(Buy 1, Get 1 Free)’과 같은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그들의 주 무기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멜러는 처방 렌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한 가지 사실이 이들을 지미 페어리나 에이스 앤 테이트와 근본적으로 분리시키고, 전통적인 안경원이 아닌 자라(Zara)나 H&M과 같은 SPA 브랜드의 경쟁자로 위치시킵니다. 이들은 광학 서비스라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영역을 과감히 포기하고, 오직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선글라스’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3.2. 품질에 대한 갑론을박: 커뮤니티 리뷰로 본 명과 암
멜러는 공식적으로 ‘I Used To Be A Bottle(나는 한때 병이었다)’이라는 재활용 플라스틱 컬렉션이나 ‘바이오 베이스(Bio-based)’, ‘바이오 아세테이트(Bio-acetate)’ 소재를 사용한 라인을 선보이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 언어와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품질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소비자 리뷰 플랫폼 ‘씽테스팅(Thingtesting)’에서 멜러는 5점 만점에 2.6점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43 리뷰를 통해 일관적으로 제기되는 불만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편없는 품질: 제품의 품질이 “끔찍하다(horrible)”, “최악이다(awful)”라거나, 심지어 “저렴한 중국 시장 물건(cheap Chinese bazaar) 수준”이라는 신랄한 비판이 다수입니다.
고객 서비스 및 반품 문제: 고객이 직접 비싼 비용을 부담하여 스페인으로 반품해야 하는 절차의 어려움과 응답 없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결정적 결함: 레딧의 한 사용자는 멜러 선글라스를 구매하여 안경원에 처방 렌즈를 맞추러 갔지만, “프레임의 플라스틱이 너무 저렴하고 뻣뻣해서 렌즈를 가공해 넣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3.3. 주요 모델 해부: 트렌드 중심의 디자인
멜러의 디자인은 깊이나 영속성보다는 즉각적인 시각적 임팩트와 트렌드에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보기에 트렌디한 디자인은 다 카피하는 듯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멜러는 워비 파커 모델에서 ‘광학 서비스’와 ‘품질에 대한 약속’을 제거하고, ‘스타일’과 ‘낮은 가격’이라는 요소만 극단적으로 취한 사례입니다. 이들은 저렴하고 트렌디한 선글라스에 대한 거대한 시장이 존재함을 증명했지만, 동시에 품질과 서비스를 등한시했을 때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를 보여주는 cautionary tale, 즉 경고성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멜러는 작년 매출이 자료마다 다르지만 약 2천만불~3천만불입니다. 그리고 인도의 렌즈카트에게 2025년 7월 멜러 운영 법인의 지분 80%를 약 4,150만 유로 에 인수했습니다. 렌즈카트는 자본이 얼마나 탄탄하길래 일본의 오운데이즈 체인점의 중국법인(일본까지도인지는 모릅니다)도 인수하더니 여기도 인수하네요.
멜러와 가장 비슷한 모델은 한국의 블루 엘리펀트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4번부터는 참고만 하세요. 비슷한 사업 모델의 국가별 버전입니다.
- 전 세계의 반란군: 워비 파커의 후예들 (The Global Rebels: Heirs of Warby Parker)
워비 파커가 쏘아 올린 공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각 지역의 문화와 시장 특성에 맞게 변주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선, D2C 모델의 창의적인 현지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4.1. 독일의 효율성과 스위스의 정밀함: 미스터 스펙스(Mister Spex)와 비우(VIU)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미스터 스펙스(Mister Spex)**는 유럽 최대의 온라인 안경점으로 성장하며 D2C 모델의 규모의 경제를 증명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4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강력한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하며,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전역의 500여 개 파트너 안경원과 협력하여 고객 접근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단순히 유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SpexPro'**라는 프리미엄 자체 렌즈 브랜드를 론칭하고, 스포츠 아이웨어 라인인 **'Mister Spex MOOVE'**를 선보이는 등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를 강화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영리함을 보여줍니다.
한편, 스위스 취리히에서 탄생한 **비우(VIU)**는 '스위스 디자인'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디자인은 스위스에서, 생산은 이탈리아 돌로미티와 일본 혼슈 섬의 전통 있는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품질에 대한 신뢰를 구축했습니다. 중간 유통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공정한 가격'을 실현한다는, D2C 모델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따르고 있죠. 이들은 스스로를 '의식 있는 소비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운동'으로 정의하며, 단순한 안경 브랜드를 넘어선 가치를 추구합니다.
4.2. 영국의 재치와 장인정신: 블룸블룸(Bloobloom)과 아이올라(IOLLA)
런던을 기반으로 한 **블룸블룸(Bloobloom)**은 'Pair for a Pair'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제품의 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습니다.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아세테이트를 사용하고 50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쳐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 뒤에 숨겨진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료 홈 트라이온 서비스는 온라인 구매의 장벽을 낮추는 영리한 장치죠.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아이올라(IOLLA)**는 '£85 정찰제'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프레임, 처방 렌즈, 코팅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으로, 복잡한 추가 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글래스고 본사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렌즈 가공까지 자체적으로 처리하며 품질을 관리하는 수직적 통합 모델을 보여줍니다.
4.3. 스칸디나비아의 지속가능한 미학: 니비다스(Nividas)와 EOE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디자인되는 **니비다스(Nividas)**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 즉 모던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식물성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점 역시 북유럽 브랜드다운 접근입니다.
스웨덴 북부 라플란드에서 시작된 EOE 아이웨어 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들은 순록의 뿔, 자작나무 등 스웨덴 북부의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프레임에 접목하며 '로컬'의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가능한 한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라는 그들의 철학은, D2C 모델이 단순한 가격 혁신을 넘어 브랜드의 신념을 전달하는 강력한 채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4. 남반구의 새로운 시선: 오스카 와일리(Oscar Wylee) (호주)
2012년 온라인 비즈니스로 시작한 호주의 **오스카 와일리(Oscar Wylee)**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 14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옴니채널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모든 매장에 전문 검안사와 최신 장비를 갖추고 '전문적인 눈 관리'를 강조하며,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안경과 의료기기로서의 안경 사이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맞춘 사례입니다. 자체 디자인 팀이 호주의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 프레임을 선보이며, 유통 중간 단계를 제거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D2C의 기본 공식에 충실합니다.
4.5. 캐나다의 실용적 스타일: 본룩(BonLook)과 클리어리(Clearly)
몬트리올에서 탄생한 **본룩(BonLook)**은 '안경은 개인 스타일의 표현'이라는 기치 아래, 트렌디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캐나다 현지 디자인팀이 제품을 기획하고, $99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이 여러 스타일의 안경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밴쿠버에서 2000년에 시작된 **클리어리(Clearly)**는 북미 최대 온라인 안경 유통업체 중 하나로, D2C 모델의 선구자 격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거대 기업 에실로룩소티카의 자회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체 브랜드 컬렉션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안경을 공급하며 D2C 플레이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4.6. 브라질의 열정과 독창성: 레마21(Lema21)과 제레지스(Zerezes)
2013년 브라질에서 시작된 **레마21(Lema21)**은 워비 파커의 성공 방정식을 브라질 시장에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중간 유통을 없애고 R$267라는 단일 가격을 제시했으며, '집에서 써보기(Prove em Casa)' 서비스를 도입해 온라인 구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반면 리우데자네이루의 **제레지스(Zerezes)**는 '소재'에 대한 집착으로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버려진 건물에서 수거한 재생 목재, 재활용 플라스틱 빨대, 오래된 공장에 방치된 아세테이트 등을 프레임으로 재탄생시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D2C 모델이 어떻게 지역의 특성과 결합하여 독특한 브랜드 철학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4.7. 일본의 장인정신과 기술의 만남: 오 마이 글래시스 도쿄(Oh My Glasses TOKYO)
일본 최대의 온라인 안경 소매업체인 **오 마이 글래시스 도쿄(Oh My Glasses TOKYO)**는 '새로운 전통의 창조'를 목표로 합니다. 이들은 안경의 성지인 후쿠이현 사바에시 장인들의 수제 기술력과 온라인 플랫폼의 기술력을 결합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얼굴형 진단'과 같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옴니채널의 강점을 활용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장인정신이 어떻게 현대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안경,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
‘워비 파커 혁명’의 본질은 하나의 단일한 사업 계획이 아니라, ‘접근성’과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연결’이라는 이데올로기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세 브랜드는 그 이데올로기의 씨앗이 유럽의 각기 다른 토양에서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보여줍니다
낡은 제국은 경계하거나 인수하고, 새로운 공화국들은 각자의 깃발 아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질문은 ‘누가 다음 워비 파커가 될 것인가’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의 까다로운 미감과 독특한 시장 구조를 모두 만족시킬, 가장 한국적인 방식의 안경 혁명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까요?
저는 이 모델의 약점이 디자인과 품질이라고 봅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 모델은 결코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겁니다. 이들의 가격이라면 최소한 티타늄에 자체 개발한 힌지정도는 장착해야 성공에 조금 더 다가갈 겁니다.
SPA보다는 더 고급지고 좋은 품질에 명품이나 하우스보다는 많이 저렴한 정도의 포지셔닝이 가장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지점이 아닐까요?
아무튼 판매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소비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안경 유통에서 양 진영을 모두 만족시키는 진일보된 모델이 나올 때입니다. 저도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