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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글로 하는 안경 디자인. 조니 아이브 안경과 애플 아이폰17.

아이폰 17이 세상에 나왔다. AI 시대를 향한 애플의 더딘 발걸음도 아쉽지만, 디자이너로서 가장 착잡한 것은 역시 디자인의 후퇴다.

문득 그 시절 애플의 미학을 완성했던 조니 아이브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자, OpenAI와 무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그런데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기사의 내용보다 함께 실린 그의 사진 한 장이었다. 그가 쓰고 있는 안경.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디자인. 찾아보니 프랑스의 비스포크 하우스 '메종 보네(Maison Bonnet)'의 맞춤형 모델으로 보인다.

"True craftsmanship honors tradition while always seeking to innovate and refine.” "진정한 장인정신이란, 전통을 존중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혁신하고 정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과거 그가 남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조니 아이브 오마주 디자인 노트를 써 내려가 본다.

안구 (The Front): 전통에 대한 존중

첫 단계는 역시 안구 디자인이다. 가능한 원본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한다. 다만 현재 거의 같은 사이즈의 림굵기를 윗부분이 조금 더 굵게, 약1.5mm정도? 변경해 안정적인 밸런스를 주자. 예를 들어 아래처럼.

이 안구형태는 킹스맨때 느꼈지만, 그냥 보면 이상하고 착용하면 대체로 잘 어울리는 묘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이런 웰링턴+보잉+스퀘어 형태에 가까운 디자인은 제 사이즈로 써도 매력적이지만, 살짝 크게 착용했을 때 레트로한 느낌과 함께 그 멋과 개성이 폭발한다. 아이브도 내 기준으로는 1~2mm 큰 사이즈면 더 어울렸을 것이다. 아무튼 이 모델은 남성용이므로 사이즈는 최소 52mm 이상으로 설정한다.

또한, 메종보네처럼 개개인의 사이즈에 맞춘 비스포크가 아닌 불특정 다수가 착용할 경우를 고려해 원본의 180도 힌지방식을 일반 적인 스탠다드 힌지로 변경한다. 180도 힌지 방식의 아세테이트 안경은 머리가 약간이라도 더 큰 경우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내경이 벌어져 착용시 흘러내릴 가능성이 크고 수정을 해도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글라스의 경우 종일 착용하지 않고, 패션성을 강조한 다양한 디자인이 많기 때문에 180도 힌지도 제법 사용하지만 안경의 경우 스탠다드 힌지가 낫다. 원본의 분위기를 해칠 위험도 없다. 예를 들어 비슷한 분위기의 아래 커틀러 앤 그로스의 킹스맨 모델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킹스맨처럼 리벳방식의 고정은 전면부에 두개의 점(dot)이 보이는데 이건 아이브와 어울리지 않다고 본다. 애플하면 미니멀리즘 아닌가?

템플 (The Temples): 균형과 개성의 조화

안구의 볼륨감이 커진 만큼, 템플과의 균형이 중요하다. 원본처럼 날렵하고 적정한 두께로 갈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디자이너의 묵직한 존재감을 위해 템플에 원본보다 약간의 볼륨을 더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볼륨은 단순히 두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템플의 '높이'를 살짝 키우는 것이다.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얇고 날렵한 선이 아니라, 안정감 있고 견고한 면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한다. 이는 안구의 개성을 템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프레임 전체의 개성과 완성도를 끌어올릴 것이다.

힌지 (The Hinge):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집착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힌지다. 여기서 나는 '아이폰의 아버지'의 '사장'의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캐비닛이나 서랍을 만들 땐, 보이지 않는 뒤판까지 최고급 나무를 써서 완벽하게 마감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장인의 자세다."

이 '서랍 뒤편의 철학'을 아이디어로 힌지에 담아보자. 힌지를 아세테이트 안에 매몰시켜서 잘 안보이게 하자. 힌지 고정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니, 엔드피스뒷부분을 최대한 두껍게 해보자. 만일 6mm(일반적인 아세테이트 사이즈)가 부족하면 라미네이팅(아세테이트를 붙여서 두께 및 칼라를 다양하게 하기)을 통해 두께를 확보하자. 힌지를 최대한 감추면 아세테이트만의 두께 변화만으로 매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큰 의미는 없지만 독일산 OBE 힌지를 사용하자. 왜냐 하면 잡스 자서전을 읽었을 때, 애플 본사, 즉 '애플 파크(Apple Park)'의 거대한 곡면 유리벽은 독일 의 유리 전문 제조사인 '제델(Sedak)'과 그 모회사인 '지엘(Seele)' 그룹이 제작을 담당했다고 했다.

애플 파크에 사용된 유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곡면 강화유리로, 일부 패널은 높이가 14미터가 넘고 무게는 3톤에 달하는데 독일이라는 공통점외에는 아무런 이야기의 접점이 없지만 이렇게라도 스토리를 추가한다. 안경이라는 오브제는 원래 의미를 부여할 파트가 많지 않다. 말도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디자이너 맘이다. better than nothing.

마무리하며

디자인은 머리(구상, 아이디어, 상상)가 선발투수이고 이미지(도면, 색상, 기술)화는 마무리투수다. 선발이 퀄러티 스타트를 하면 이길 확률이 높다. 비율은 7:3인데, 간혹 선발이 좋으면 완투, 완봉승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