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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디자인 및 제조시 아세테이트 컬러 선정

책상 위에 어지럽게 펼쳐진 수많은 색의 조각들. 마치 보물 상자를 열어놓은 듯한 이 풍경은 안경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가장 즐거운 특권이자, 가장 깊은 고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바로 새로운 컬렉션의 '얼굴'이 될 아세테이트 컬러를 선정하는 과정입니다.

설렘: 무한한 가능성과의 만남

사진 속 이탈리아 마쭈켈리(Mazzucchelli)사와 중국 회사 2곳의 아세테이트 시트 샘플들은 저마다 고유한 이야기와 색감을 뽐냅니다. 투명하게 빛을 머금은 영롱한 컬러부터, 여러 색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독특한 패턴까지. 디자이너는 이 작은 조각들을 이리저리 비춰보고 만져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이 허니 옐로우 컬러는 다가올 여름의 햇살과 완벽하게 어울릴 거야.'

'이 딥 그린과 블랙이 섞인 패턴은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주겠지.'

아직은 평면의 조각에 불과하지만, 곧 입체적인 안경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얼굴 위에서 가장 빛나는 오브제가 될 것을 상상하는 일. 이 과정은 마치 조각가가 원석에서 최고의 작품을 그려내는 것과 같은 창조적인 희열을 안겨줍니다.

고민: 하나의 '완벽함'을 향한 여정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선택의 시간은 언제나 깊은 고민을 동반합니다. 수백, 수천 가지의 컬러 팔레트 앞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트렌드와 영속성 사이의 균형: 지금 가장 유행하는 컬러를 따라야 할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을 클래식한 컬러를 선택해야 할까?

디자인과의 조화: 우리가 디자인한 프레임의 곡선, 두께감과 이 아세테이트의 패턴이 과연 잘 어우러질까? 시트 샘플로 볼 때와 프레임으로 깎아냈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해집니다.

컬렉션의 통일성: 각각의 컬러가 개성을 뽐내면서도, 하나의 컬렉션으로서 일관된 메시지와 스토리를 전달해야 합니다. 너무 튀거나 동떨어진 컬러는 전체적인 조화를 해칠 수 있습니다.

제일 아쉬운 점은 한국의 현실입니다. 튀는 컬러에 대한 위험도가 너무 높아서 매번 재고로 남기 때문에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책상 위에 흩어진 수많은 프론트(안경 전면부) 샘플들은 바로 그 고민의 흔적입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떤 컬러의 옷을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죠. 하나의 컬러를 결정하기 위해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과 회의를 거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결국 아세테이트 컬러 선정은 단순히 색을 고르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아름다운 고민 끝에 탄생한 안경이 누군가의 일상에 가장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저희는 가장 완벽한 '그 색'을 찾아 긴 여정을 계속합니다.